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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전략

[투자전략] 주식, 절대 '팬심'으로 사면 안 되는 이유 (feat. 애니플러스 -43% 물린 썰)

주식을 하면서 절대, 네버,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내가 좋아하는 회사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팬심'을 담아 내 생때같은 돈을 밀어 넣는 겁니다. 오늘은 제가 9년 동안 주식을 굴리면서도, 이놈의 덕심을 주체하지 못해 시원하게 물려버린 뼈아픈 실패담을 하나 고백하려고 합니다.

사실 저는 엄청난 애니메이션 덕후입니다. 요즘 10대, 20대 사이에서 흔히 '귀주톱'이라고 부르는 귀멸의 칼날, 주술회전, 체인소맨은 기본이고요. 명탐정 코난이나 슬램덩크 같은 레전드 명작들까지 꿰고 있을 정도로 정말 좋아하거든요. 스스로 "이 정도면 웬만한 덕후 명함도 못 내밀지"라고 겸손을 떨긴 하지만, 이놈의 애니메이션 사랑 때문에 제 주식 계좌 한구석에 지울 수 없는 시퍼런 흉터가 하나 생기고 말았습니다. 바로 한국 코스닥에 상장된 '애니플러스'라는 주식입니다.

귀칼 뽕에 취해 매수 버튼을 누르다

사건의 발단은 작년이었습니다. 전 세계 덕후들의 가슴을 웅장하게 만든 귀멸의 칼날 마지막 3부작, '무한성' 편이 극장에 개봉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죠. 냉정하게 주식 짬바 9년 차의 이성으로 판단했다면, 무한성 개봉 소식이 처음 뉴스를 탔을 때 진작에 주식을 사뒀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바보같이 "직접 내 두 눈으로 영화 퀄리티를 보고 나서 결정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렸습니다.

결국 귀멸의 칼날 개봉 첫날, 아침 일찍 조조영화로 관람을 하고 나왔는데 진짜 가슴이 벅차오르더라고요. 그 뽕에 취한 상태로 극장 앞을 걸어 나오면서 곧바로 스마트폰을 켜고 주식을 샀습니다. 사실 일본의 원작 제작사 주식을 직접 사고 싶었는데, 상장이 안 되어 있거나 한국에서 직접 투자할 길이 마땅치 않더라고요. 그래서 대안으로 찾은 게 국내 애니메이션 유통 관련주인 애니플러스였습니다. 참고로 우리 덕후들 사이에서는 애니플러스를 두고 "이게 진정한 애플(Ani-Plus) 주식 아니냐"며 농담을 하곤 하는데, 진짜 이름만 애플이지 수익률은 사과 껍질만도 못한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귀멸의 칼날 박스오피스 순위

3일 천하로 끝난 수익, 그리고 -43%의 지옥

제가 조조영화를 보고 애니플러스를 산 첫날에는 주가가 꽤 많이 올랐습니다. '역시 내 안목이 틀리지 않았어! 전 세계 덕후들이 극장으로 몰려들면 이 주식은 무조건 떡상이다!'라며 혼자 김칫국을 원샷했죠. 그런데 세상에, 딱 3일 차부터 주가가 슬금슬금 빠지더니 나중에는 브레이크 고장 난 자전거처럼 곤두박질치기 시작하는 겁니다.

결국 현재 제 계좌에서 애니플러스는 무려 마이너스 43퍼센트라는, 제 전체 보유 주식 중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천만다행으로 미국 주식 계좌에 있는 다른 우량주들이 200퍼센트 이상 수익을 내주면서 전체 계좌를 하드캐리하고 있어서 실질적인 타격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침마다 주식 앱을 켤 때 다른 빨간색 수익률들 틈에 껴있는 저 흉측한 '-43%'를 볼 때면 속이 콱 막히고 마음이 아린 건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사실 제가 팬심으로 가지고 있는 주식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입니다. 네, 고백하자면 테슬라도 지금 제 계좌에서 마이너스입니다. 하하하. 하지만 테슬라는 압도적인 인공지능 자율주행 기술력과 미래 비전을 응원하면서 뚝심 있게 버틸 명분이라도 있죠. 애니플러스는 그저 내년에 나올 다음 귀칼 시리즈가 흥행하길 두 손 모아 기도하며 강제로 장기 투자를 해야 하는 씁쓸한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개봉 전'에 다 사뒀더라 (진짜 교훈)

제가 이 뼈아픈 헛발질을 통해 여러분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명확합니다. 주식판에서 어떤 호재나 이슈가 터졌을 때 사는 건 이미 늦었다는 겁니다. 뉴스나 극장 개봉 같은 이벤트가 터지기 전에 미리 예상하고 밑바닥에서 사둔 다음, 저처럼 개봉 첫날 뽕에 취해 달려드는 개미들이 주가를 올려줄 때 쿨하게 던지고 나오는 게 진짜 고수들의 방식입니다.

나중에 애니플러스 투자자 매매 동향을 뜯어보니 기가 막히더라고요. JP모건 같은 외국계 투자 회사나 똑똑한 기관들은 무한성 개봉 한참 전부터 애니플러스 주식을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사 모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막상 극장 개봉일이 다가와서 뉴스가 도배되고 개미들이 몰려들자 그 물량을 싹 다 개미들에게 넘기고 유유히 빠져나갔습니다. 그걸 보면서 "아, 역시 진짜 큰돈을 굴리는 놈들은 움직이는 타이밍이 완전히 다르구나.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격언이 1도 틀린 게 없구나" 하고 무릎을 쳤습니다.

다음 목표는 오직 '또이또이(본전)'입니다

그래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기관이나 외국인 수급이 몰릴 때 눈치껏 같이 타는 건 좋지만, 팔 타이밍이 오면 "더 오르겠지" 하는 욕심을 완전히 버리고 기계처럼 팔아야 한다는 걸요. 제 애니플러스 주식의 다음 목표는 아주 소박합니다. 일명 '또이또이', 즉 마이너스만 복구되는 본전 가격이 오면 미련 없이 뒤도 안 돌아보고 전량 매도할 생각입니다.

솔직히 이 주식으로 돈을 더 벌어서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1도 없습니다. 그저 내 소중한 주식 계좌 화면에서 저 꼴 보기 싫은 마이너스 파란불을 영원히 치워버리고 싶을 뿐입니다. 내 생때같은 돈이 실제로 갈려 나가는 주식 시장에서 팬심이나 의리 같은 감정은 사치입니다. 잃지 않는 투자를 하기 위해 기계처럼 매매해야 한다는 걸, 저는 -43퍼센트라는 값비싼 수업료를 내고 다시 한번 심장에 새겼습니다. 여러분은 저처럼 덕심에 취해 고점에서 물리는 슬픈 경험을 하지 않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 글은 2026년 4월 9일 기준 제 개인적인 투자 실패 경험과 멘탈 관리법을 공유하는 글이며, 애니플러스나 테슬라 등 특정 종목의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식 시장은 항상 예상치 못한 변수가 존재하며, 모든 투자의 최종 결정과 손익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매매 전 반드시 본인만의 엄격한 기준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자세한 내용은 면책 조항을 확인해 주세요.